도심 속 미세정원 제로웨이스트 정원 생활 실천법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초록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옥상, 베란다, 창가, 심지어는 건물 옆 자투리 공간까지 식물로 채우는 움직임은 더 이상 일부 취미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자연을 향한 갈망과 더불어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이 정원을 ‘삶을 바꾸는 플랫폼’으로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은 정원 입문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일회용 화분, 비닐 포장된 흙, 과다한 물 소비, 남는 식물 자재들까지 작은 정원 하나에도 적잖은 폐기물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어떻게 덜 버리고, 어떻게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정원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로웨이스트 정원은 환경을 위한 거창한 실천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을 한 번 더 쓰고 매주 버리던 식물 잔재를 다시 쓰며 나의 정원에 쓰이는 자원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고민하는 생활의 태도일 뿐이다.
도시형 미세정원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실천법 4가지 영역을 소개하고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루틴을 함께 제안한다. 환경과 함께 자라는 정원, 그것은 결국 나의 생활과 가치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1: 일회용 화분 대신 업사이클링 화분 활용하기
정원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구매하게 되는 것이 ‘화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 화분은 저가 대량 생산품으로 자외선에 약하고 쉽게 깨지며, 결국 1~2년 안에 폐기물로 전락한다. 제로웨이스트 정원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재사용할 수 있는 자재 선택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집에 이미 있는 소재를 화분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것이다.
사용 가능한 소재 예시
- 플라스틱 우유 통, 요구르트병 → 배수 구멍만 뚫으면 소형 화분 완성
- 유리병, 잼 병 → 수경재배 전용으로 적합
- 텀블러, 깨진 컵 → 다육식물 또는 허브 화분으로 전환
- 우유 팩 → 방수 처리 후 작은 씨앗 파종기 용도
- 폐목재 상자 → 방수 처리 후 베란다형 플랜터로 사용 가능
팁 : 각각의 화분에 리사이클 마크나 아이 이름, 식물 이름을 붙여 꾸미기 활동과 정서적 유대까지 확장할 수 있다. 화분을 사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주변에 화분이 될 자원은 많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2: 미세정원 쓰레기를 줄이는 루틴 만들기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잔가지, 마른 잎, 시든 작물, 벌레 생긴 흙 등 매주 정리해야 할 쓰레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쓰레기를 무조건 버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시 순환되도록 돕는 루틴을 만들 수 있다.
실천 가능한 쓰레기 줄이기 루틴
정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마른 잎, 시든 가지, 포장재, 남는 흙 등은 무심코 버리기 쉬운 ‘정원 쓰레기’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산물 역시 조금만 신경 쓰면 정원 안에서 순환시키고 자원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마른 잎은 햇볕에 말린 뒤 잘게 부숴서 화분 흙 위에 덮어주면 멀칭(Mulching) 효과를 통해 수분 증발을 줄이고, 토양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흙이 급격히 마르는 현상을 완화시켜 주며 비료를 줄여도 일정 수준의 생장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병충해가 없는 가지나 줄기 조각들은 따로 ‘정원용 퇴비통’에 모아두고 3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자연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일반 음식물 쓰레기와 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퇴비가 완전히 부식되었을 때 화분 위에 뿌려주면 식물에게 천연 영양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흙을 구입할 때 흔히 사용하는 비닐 포장 상토 대신 인근 정원 자재점이나 도시농업 지원센터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흙을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에 직접 담아오는 방식을 택하면 비닐 폐기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특히 정기적으로 흙을 보충해야 하는 도시형 텃밭 사용자에게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식물 구입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실천이 된다. 이미 키우고 있는 식물에서 가지치기나 잎꽂이로 번식이 가능한 종류(예: 스킨답서스, 바질 등)를 활용하면 굳이 새 모종을 구매하지 않아도 정원의 범위를 점차 넓혀갈 수 있다.
이러한 제로웨이스트 루틴은 단순히 버리는 것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정원을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식물과의 관계 속에서 책임감과 돌봄의 감각을 키우는 매우 의미 있는 실천이 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3·4: 물과 영양제를 절약하는 지혜로운 순환
정원에서 가장 꾸준히 쓰이는 자원은 물과 영양제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하루 두 번 이상 물을 줘야 하고 식물 생장기에는 영양제를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조금만 신경 쓰면 낭비 없이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③ 빗물·세척수 재활용하기
- 베란다에 소형 바가지나 접시를 놓아 빗물 받아두기
- 채소 세척 후 남은 물(비비지 않은 물)은 화분용으로 사용
- 세면대 물 저장용 ‘물탱크 화분 받침’ 활용해 반복 급수 가능
식물은 정수기 물을 원하지 않는다. 약간의 불순물이 있는 물도 자연 순환에 가까운 수분원이 될 수 있다.
④ 천연 영양제 직접 만들기
- 계란 껍질 → 햇볕에 말려 부순 후 흙 위에 뿌리면 칼슘 보충
- 바나나 껍질 우린 물 → 칼륨 공급, 개화기 식물에 좋음
- 커피박 → 말려서 냄새 제거 후 흙과 혼합해 토양 개량
- 식초 + 계피 + 물 → 벌레 방지용 천연 분무액으로 사용 가능
이러한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도 정원을 과하게 ‘가공’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리듬을 따르도록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식물은 생각보다 적은 자원으로도 건강하게 자란다. 우리가 더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덜어주는 감각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정원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