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공간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협소 주택까지 도시에서의 주거 형태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은 대부분 5평 이하로 제한된다.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 농업을 실현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이 발전하면서, 5평 이하의 베란다, 옥상, 주차장 옆 공터, 심지어 창가에서도 농작물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초소형 도시농업은 단순한 텃밭을 넘어, 자급자족적인 삶에 대한 상징이 되었고, 도시민에게 자연과 연결된 삶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지금은 ‘작더라도 직접 생산하는 능력’이 새로운 도시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5평 이하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도시농업을 실현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고 운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해본다.
사례 ① 옥상 3평 공간에서의 '모듈형 미니팜' 구축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옥상에는 불과 3평 남짓한 공간을 활용해 도시농업을 실현한 사례가 있다. 이 공간은 처음에는 에어컨 실외기와 자재창고로 쓰이던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건물주가 거주자의 제안에 따라 텃밭 공간으로 전환한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듈형 플랜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토양 기반 텃밭이 아니라, 가볍고 이동이 가능한 PP 플라스틱 재질의 모듈 화분을 층층이 쌓아 수직 농장을 구성했다. 이 방식은 공간을 가로로 쓰지 않고 세로로 활용함으로써, 한정된 면적 안에서도 다양한 작물을 동시에 재배할 수 있게 한다.
이곳에서는 상추, 적근대, 루꼴라, 고수, 방울토마토 등을 수경재배와 흙재배를 혼합하여 키운다. 주인은 주 1회는 수확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고, 남는 채소는 이웃과 나눈다. 이 사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공간이 좁다고 해서 텃밭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고, 수직 구조와 모듈화로 효율성과 접근성을 모두 확보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흙 대신 경량 배양토를 활용하고, 물받이판과 자동 점적관수 시스템을 설치하여 관리의 편의성까지 확보했다. 관리자는 평일 출근 전 10분, 주말에는 30분만 투자해도 식물 상태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사례 ② 주차장 옆 공터에 조성된 커뮤니티 미니텃밭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단지에서는 주차장 옆 남는 4평 공간을 커뮤니티 텃밭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 이 공간은 원래 쓰레기 방치 구역처럼 인식되던 곳이었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파렛트와 버려진 목재를 재활용해 텃밭을 조성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텃밭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는 취지로 운영되며, 작물은 공용으로 심고 일정한 수확량은 돌아가며 분배하는 방식이다. 주로 부추, 상추, 고추, 대파,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키우며, 물주기나 풀뽑기 등은 자율적으로 돌아가며 관리한다.
특이한 점은, 아이와 어르신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도시농업이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소통을 만드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일부 주민은 텃밭에 관심을 갖고 직접 관련 자격증(도시농업관리사)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공간 활용의 창의성과 커뮤니티 중심 운영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모두 담고 있다. 5평 미만의 좁은 공간도 주민 참여형 공동체 텃밭으로 활용하면, 단순한 자급자족을 넘어 지역사회 관계 회복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례 ③ 원룸 베란다 속 수경 미니팜 – 실내형 도시농업의 대표 모델
서울 동작구의 한 1인 가구는 단 2.5평 크기의 베란다 공간을 활용해 실내형 도시농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원룸 구조로 되어 있는 이 공간에는 햇빛이 하루에 약 3시간 정도 들어오지만, 좁고 반그늘인 환경이어서 일반적인 흙 재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그는 수경재배 키트를 활용해 '미니 스마트팜'을 구성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키트형 상추 재배기 하나에서 출발했지만, 수확 경험이 만족스러워진 후에는 자동조명과 수분 공급이 가능한 소형 유닛을 추가로 설치했다. 지금은 3단 선반형 구조를 통해 바질, 상추, 케일, 비트, 적근대 등 5가지 작물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 사례의 핵심은 소비자 맞춤형 농업 시스템에 있다. 직접 조립 가능한 수경재배 키트를 구매해 공간에 맞게 구성하고, 햇빛이 부족한 부분은 LED 식물등으로 보완했다. 물과 영양분은 자동 타이머로 주기적으로 공급되며,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식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유지관리 시간이 매우 적어 바쁜 직장인도 충분히 실천 가능하다. 실제로 그는 평일에는 하루 5분만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주말에만 영양액 교체와 청소를 한다고 말한다.
수확한 채소는 매주 1~2회 소량이지만 신선도가 매우 뛰어나며,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라고 그는 전한다.
무엇보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햇빛이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한 환경에서도 기술과 창의력만 있다면 농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베란다 공간은 대부분 방치되기 쉽지만, 작은 식물 하나가 놓인 순간부터 그 공간은 의미 있는 ‘도시 속 녹색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도시농업 SNS 채널도 운영하며, 자신처럼 좁은 공간에서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초소형 미세정원인 도시농업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와 미래 가능성
5평 이하의 공간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오히려 작은 공간일수록 관리가 쉽고, 집중도가 높아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
초소형 도시농업은 단순히 ‘작은 텃밭’이 아니라, 도시의 빈 공간을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능동적 행위다. 자투리 땅, 옥상, 베란다, 창가, 심지어 창문 프레임에 매달 수 있는 소형 화분까지 모두 농업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5평 이하의 도시농업은 초기 비용이 적고,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10만 원 이내의 예산으로 화분, 흙, 씨앗, 물주기 장치를 갖추고 시작할 수 있으며, 1~2인 가구가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충분히 수확 가능하다.
앞으로 기후 위기로 인해 물류와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해질수록, 초소형 자급 텃밭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수경재배, 스마트 화분, AI 자동 관수 시스템 등이 접목된 도시형 농업 기술이 활발히 연구·도입되고 있다. 한국도 지금부터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작은 공간부터 실천 가능한 농업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5평 이하의 공간은 생각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되는 것이다. 작은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한 평의 흙, 한 뼘의 햇빛, 그리고 하루 10분의 시간만 있어도 된다.
도시농업은 더 이상 ‘농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도시민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지금, 당신의 베란다나 옥상, 골목 구석에서 그 가능성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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