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미세정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교육용 미세정원 프로젝트

story-06 2025. 6. 28. 19:00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오늘날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놀이터보다 유튜브를 더 가까이하는 아이들, 손에 흙 한 줌 묻히지 않고 성장하는 세대에게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정서 발달과 뇌 발달, 사회성 형성, 감정조절 능력 등을 높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가 바로 ‘자연과의 접촉’이라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교육형 미세정원 프로젝트’다.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연을 만지고, 관찰하고, 변화 과정을 기록하며 생명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도심 속에서도 작은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 유치원, 가정, 지역아동센터 등 어디서든 적용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정원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교육 목적과 효과는 무엇인지, 실제 운영 방법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를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보다 더 중요한 ‘느린 리듬’을 선물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미세정원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용 미세정원

 

 

미세정원의 설계: 아이의 눈높이로 만드는 공간의 조건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미세정원은 성인 중심의 텃밭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키, 시야각, 손의 크기, 집중 시간을 고려한 구성이다.
예를 들어 키가 낮은 아이들은 서서 보기 어려우므로 바닥에서 30~50cm 높이에 배치된 화분이나 플랜터가 가장 적당하며, 손이 작기 때문에 모종삽이나 장갑도 아동용 소형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공간은 좁아도 상관없다. 아파트 베란다, 옥상 구석, 학교의 창가, 어린이집 입구에 놓인 한 평 남짓의 흙바닥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물을 주고, 식물의 잎을 만지고,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동선과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식물 이름을 적은 손글씨 팻말, 토양의 변화를 기록하는 칠판 같은 시각적 요소도 함께 두면 교육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식물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독성이 없고, 관리가 쉬운 품종이 가장 적합하다.
예를 들어 바질, 루꼴라, 민트 같은 허브류는 향기와 촉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상추나 적근대 같은 잎채소는 매주 성장의 변화를 눈으로 관찰하고 직접 수확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흥미를 준다.
또한, 애플민트처럼 곤충 퇴치 기능이 있는 식물은 함께 키우는 과정에서 생태계 순환 교육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이들과 함께 만드는 미세정원 교육 효과: 생명 감각, 정서 안정, 표현력까지 자란다

 

아이들이 정원을 가꾸는 활동은 단순한 식물 재배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생명 감각의 회복’이다. 씨앗 하나가 자라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아이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는 교실 속 이론 수업으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체화된 교육’이다.

또한 정원 활동은 정서적 안정과 자기조절 능력 향상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흙을 만지는 감각은 심리학적으로 ‘그라운딩 효과’라 불리며, 아이의 과잉 행동과 산만함을 줄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규칙적인 물주기, 병든 잎 제거, 수확 기록 같은 활동은 아이에게 일정한 루틴과 책임감을 심어주며, 동시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자기 주도적 태도를 형성시킨다. 이외에도 관찰 일지 쓰기, 식물 이름 붙이기, 식물의 성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은 언어력, 표현력, 시각적 사고력을 함께 자극한다.
정원은 아이에게 단순한 학습공간이 아니라, 놀이와 교육이 융합된 감각 훈련장이 되는 셈이다. 또한 정원은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여러 명이 함께 물을 주거나 식물을 나누어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과 의사소통, 순서 지키기 등의 사회적 기술이 자라나게 된다. 따라서 미세정원은 1인 아이에게는 자기표현을 위한 공간이 되고, 여럿이 있는 공간에서는 공동체 경험의 기회가 되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미세정원 운영 팁: 아이와 정원을 함께 성장시키는 전략

 

교육용 미세정원 프로젝트를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주었거나 잎을 잘못 땄더라도, 그것을 실패로 여기기보다는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원 운영은 주 1회 30분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 시간 동안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을 정하고, 보호자는 옆에서 가볍게 안내하거나 도와주는 식으로 구성하면 좋다.
매번 활동을 마친 후 ‘오늘 식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로 설명하거나 그림으로 남기도록 유도하면 아이의 기억과 감정이 정원에 쌓이게 된다. 또한 계절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수확한 채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등 정원 활동과 일상 생활을 연결해주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식물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을 주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자원 재활용 등 환경 교육의 확장된 통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원 이름을 아이가 직접 짓고, 각 식물에게 이름을 붙이며 생일이나 가족관계까지 상상하는 것도 좋다. 이처럼 정원은 상상력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며, 동시에 아이의 정서와 생활이 닿는 진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미세정원 

아이와 함께 만드는 교육용 미세정원은 단순한 식물 키우기가 아니다. 그것은 흙 위에 감정을 심고, 초록의 리듬 속에서 아이의 성장 속도를 조절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교육 방식이다.

정원 안에서 아이는 생명을 이해하고, 스스로 돌보는 법을 배우며, 협력과 책임, 표현과 창의성까지 몸으로 익힌다. 디지털보다 자연, 속도보다 호흡, 지식보다 감각이 중요한 이 시대에, 미세정원은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자라는 경험’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뼘의 흙 위에 아이의 상상력과 정서를 심어보자. 그곳에서 피어나는 건 단지 식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