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미세정원

업사이클링 미세정원 재료 키트 목록 가이드

story-06 2025. 6. 30. 19:22

미세정원은 이제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서,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 감성 회복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버려지는 일상 용품을 활용해 새로운 정원 소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정원 만들기’는 도시형 농업과 생태 인식 교육을 결합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다. 그러나 업사이클링 정원을 처음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어떤 재료가 필요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이다. 일반적인 정원 만들기와 달리, 업사이클링은 시중에서 파는 세트 제품이 아니라 생활 속 재료를 직접 선별하고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 미세정원 재료 키트

이 글에서는 업사이클링 정원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재료 목록을 용도별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모든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고, 특별한 비용 없이도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식물의 종류와 배치 환경에 따라 어떤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면 좋은지까지 함께 안내해 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주방, 베란다, 책상 서랍에는 이미 훌륭한 정원의 시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업사이클링 정원 재료 ① 용기류 – 병, 캔, 플라스틱, 나무, 도자기: 버려지던 그릇이 화분이 된다

 

업사이클링 정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식물을 담을 ‘용기’다. 이 용기는 기존에 화분이 아니었던 것을 화분으로 전환하는 데서 의미가 생긴다.
예를 들어 다 마신 음료의 페트병은 윗부분을 잘라 좌우로 길게 자르면 가로형 미니 플랜터가 되고, 유리병은 뚜껑만 제거해 수경재배용 투명 화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 버려진 캔(통조림통, 커피캔)은 금속성 소재로 통풍이 좋고 열에 강해 바질, 로즈마리, 고추처럼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에 적합하다. 캔의 날카로운 부분만 처리해 주고, 아래에 작은 구멍을 송곳으로 뚫어 배수구를 만들면 간단한 플랜터가 완성된다.  오래된 도자기 머그컵, 금이 간 찻잔도 훌륭한 업사이클링 용기다. 산세베리아나 다육식물처럼 뿌리가 깊지 않은 식물을 담기에 적합하며, 찻잔의 손잡이 부분은 벽걸이형 화분 거치용 고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깨진 나무 상자나 포장용 박스를 방수 처리하면 다층 화분 구조나 수직 정원의 베이스로도 재활용할 수 있다.

포인트는 “내가 쓰지 않는 것 중 식물 한 포기를 담을 만한 그릇은 모두 재료가 된다”는 인식 전환이다. 디자인이나 완성도보다도 내 공간과 어울리고, 물을 주고 이동시키기 쉬운 형태인지를 먼저 판단하면 이미 집 안에 수십 가지 화분이 숨어 있는 셈이다.

 

 

업사이클링 정원 재료 ② 흙, 배수재, 덮개재 – 흙 말고도 중요한 재료가 많다

 

화분이 있다면 다음은 흙과 흙을 보조할 자재다. 업사이클링 정원에서는 흙을 고정된 공간에서 쓰기 때문에, 배수성과 통기성, 수분 유지력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는 배양토, 그리고 흙 아래에 깔리는 하이드로볼(마사토)이다. 배양토는 시중에 파는 다용도 흙을 소포장으로 구매해도 좋고, 소량만 사용할 경우 커피 찌꺼기, 부엽토, 마른 잎사귀 등을 혼합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단, 수분 정체로 인한 곰팡이를 막기 위해 펄라이트나 코코피트를 섞는 것을 권장한다.

배수재로는 하이드로볼 외에도 자갈, 깨진 도자기 조각,  뚜껑 등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다. 화분 아래 적당히 깔아주면 뿌리가 과습에 노출되지 않고, 흙이 화분 바깥으로 쓸려 나가는 것도 막아준다. 화분 윗부분에 얹는 ‘덮개재’도 중요한데, 이는 미관 + 수분 증발 억제 + 곰팡이 방지의 역할을 한다. 이때는 마른 이끼, 나무껍질 조각, 색 자갈, 해조류 섬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놀랍게도 건조한 녹차 티백 속 찻잎이나, 향초를 쓴 후 남은 왁스 파편도 미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흙 주변 보조재료들은 업사이클링 정원의 생명력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화분 제작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정원 재료 ③ 부자재와 장식 – 클립, 고리, 천 조각이 만드는 감성 연출

 

정원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작은 감성적인 요소들이다. 업사이클링 정원에서도 실내 인테리어로서 자연스러운 미감을 위해 소소한 부자재들이 큰 역할을 한다. 우선, 벽에 걸거나 난간에 걸 수 있는 철제 클립, 집게, S자 고리, 와이어줄 등은 작은 병, 캔, 도자기 화분을 걸이형으로 바꾸는 데 유용하다. 철사나 굵은 실을 활용하면 마크라메 스타일의 화분 거치대를 만들 수 있어 감성적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장식용으로는 폐잡지나 신문지를 접어 만든 라벨, 마른 잎으로 만든 표지판, 리본과 천 조각을 재단한 식물 이름표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디테일은 식물을 단순히 키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스토리를 함께 구성하는 정서적 요소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 경우에는 폐CD를 이용한 받침 접시, 아이스크림 막대를 이어 붙여 만든 화분 받침대, 색종이를 덧댄 DIY 화분 패턴 디자인도 훌륭한 활동이 된다.

마지막으로, 물을 주기 위한 작은 스포이드, 다 쓴 드립커피 포트, 플라스틱 주사기, 식용유 병 뚜껑 등을 ‘정원 관리 도구’로 전환하는 것도 업사이클링 키트의 확장 포인트다. 도구까지 친환경적으로 구성하면 정원 전체가 완성되는 셈이다.

 

업사이클링 정원 재료 키트는 단순한 ‘정원 꾸미기 세트’가 아니라 우리 삶 속의 자원 순환 감각을 회복하고, 정원을 통해 환경과 연결되는 실천 도구다. 당신이 지금 버리려는 페트병, 오래된 컵, 깨진 액자, 굴러다니는 뚜껑 하나까지도 식물 한 포기와 만나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된다.

이제 정원을 시작하기 위해 마트를 갈 필요는 없다. 당신의 주방, 책상, 다용도실 안에 이미 정원의 씨앗이 숨어 있다. 그 재료를 꺼내 조합하고, 식물 한 포기를 심는 순간, 당신의 일상도 한 뼘 더 초록빛으로 확장된다.